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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총기 청정국에 울린 총성, 넷플릭스 '트리거'가 K-장르물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까?

by sesanglog 2025. 12. 23.

넷플릭스_트리거

솔직히 말해볼까요? 요새 넷플릭스 켜놓고 "뭐 보지?"만 30분째 하다가 그냥 끄는 날이 많았습니다. 자극적인 건 지겹고, 뻔한 클리셰는 물리고, 끝이 흐지부지한 용두사미 드라마들에 지쳐서 '구독 해지' 버튼 위를 손가락이 맴돌던 참이었죠.

그런데, 제 알고리즘이 기막힌 예고편 하나를 툭 던져주더군요.

김남길, 김영광 주연의 <트리거>입니다.

처음엔 그냥 흔한 형사물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시놉시스를 찬찬히 뜯어보니 뒤통수가 서늘해지는 게, 이거 느낌이 좀 다릅니다. 단순히 범인 잡는 얘기가 아니에요. "대한민국 한복판에 불법 총기가 풀렸다"는, 말도 안 되지만 상상만으로도 소름 돋는 '가정(If)'을 건드리고 있거든요.

공개를 목전에 둔 지금, 왜 이 드라마가 단순한 킬링타임용을 넘어 우리의 심장을 뛰게 만들 수밖에 없는지, 덕후의 시선으로 찐하게 짚어봤습니다.

 

1. '총 없는 나라'라는 믿음이 깨지는 순간의 공포

한국 액션물, 사실 좀 뻔하잖아요. 기껏해야 사시미칼, 야구방망이, 아니면 마동석 같은 주먹. <쉬리>나 <아이리스> 같은 첩보물은 '그들만의 세상'이라 현실감이 좀 떨어지고요.

그런데 <트리거>는 이 지점을 아주 영리하게 파고듭니다. 특수요원도 아닌, 내 옆집 아저씨나 편의점 알바생의 손에 총이 쥐어진다면? 이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드라마 속 세상은 혼란 그 자체입니다. 어디서 굴러들어온 건지 모를 총기들이 민간에 풀리고, 어제까지 평범했던 이웃이 방아쇠를 당깁니다. 저는 이 설정이 좀비 떼가 달려드는 것보다 훨씬 더 피부에 와닿는 공포라고 느꼈습니다.

물리적인 힘의 차이를 단숨에 없애버리는 '총'이라는 절대무기가 통제된 사회에 떨어졌을 때, 인간이 어디까지 바닥을 보일 수 있는지 작정하고 보여줄 것 같거든요. "나쁜 놈 때려잡자"는 1차원적인 쾌감을 넘어, "총을 쥔 평범한 인간은 어떻게 괴물이 되는가"를 지켜보는 서늘한 재미가 있을 겁니다.

 

2. 김남길에게 총을 쥐여줬다, 더 할 말이 필요한가?

제가 이 드라마를 기다리는 이유의 8할은 솔직히 '김남길' 배우 때문입니다. 다들 아시잖아요. 이 배우, 멀쩡한 얼굴로 어딘가 살짝 돌아있는 연기 할 때 제일 섹시한 거.

그가 맡은 '이도'는 정의감에 불타는 경찰이라는데, 공개된 스틸컷 보면 우리가 아는 모범 형사와는 거리가 멉니다. <열혈사제>의 다혈질 사제나 <무뢰한>의 벼랑 끝 형사 그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눈빛이랄까요?

경찰인 그는 법으로 범인을 잡아야 하는데, 상대는 총을 난사합니다. 이 불공정한 게임에서 그는 괴물을 잡기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되는 길을 택할까요? 김남길 특유의 그 '피로하고 상처투성이인 정의'가 이번엔 또 얼마나 처절하게 구르고 깨질지 기대됩니다. 능청스럽게 웃다가도 순간적으로 서늘해지는 그 온도 차, 총기라는 살벌한 소재랑 만났을 때 터질 시너지가 벌써부터 눈에 선합니다.

 

3. 김영광, 우아해서 더 무서운 빌런의 탄생

김남길이 불이라면, 그 반대편엔 얼음 같은 김영광이 있습니다. 무기 브로커 '문백' 역인데, 로코물에서의 김영광만 기억하신다면 큰 오산입니다. 넷플릭스 <썸바디> 보신 분들은 아실 거예요. 이 배우가 맘먹고 기괴해지면 얼마나 무서운지.

문백은 단순한 깡패가 아닙니다. 4차원적인 매력을 가진 '게임 메이커'에 가깝습니다. 돈이나 권력보다, 자신이 짠 판 위에서 사람들이 허우적대고 죽고 죽이는 꼴을 즐기는 유형이랄까요?

무엇보다 비주얼이 압권일 겁니다. 모델 출신다운 압도적인 피지컬로 슈트를 차려입고 총을 다루는 모습, 상상만 해도 그림이 나오잖아요. 김남길이 흙바닥을 구르며 뜨겁게 덤빈다면, 김영광은 위에서 차갑게 내려다보며 상황을 조율할 겁니다. 이 '열(熱)과 냉(冷)'의 대결이 드라마를 끝까지 끌고 가는 힘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4. <미드나이트> 감독의 '체험형 액션'

배우만큼 기대되는 게 연출입니다. 권오승 감독의 전작 영화 <미드나이트> 기억하시나요? 스토리는 호불호가 갈렸어도, 그 미친듯한 속도감과 사운드 활용 능력만큼은 진짜였거든요.

총격전의 생명은 '소리'입니다. 고요한 도심을 찢는 파열음, 바닥에 떨어지는 탄피 소리, 거친 숨소리... 권 감독은 이런 청각적 공포를 누구보다 잘 다룰 줄 아는 사람입니다. 게다가 멋 부리는 액션보다는 배우들을 진흙탕에 굴리는 '생존형 액션'에 강점이 있죠. 넷플릭스 자본과 만나 때깔까지 좋아졌을 테니, 적어도 보는 내내 지루해서 하품 나올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5. 딱 하나, 걱정되는 건 '리얼리티'

물론 "무조건 대박!"이라고 외치기엔 걸리는 부분도 있습니다. 제일 큰 숙제는 '개연성'입니다.

대한민국 시청자들 눈 높잖아요. "한국에서 총기? 에이, 말이 돼?"라는 의심을 시작부터 깔고 갈 텐데, 드라마가 초반에 이 총기 유통 과정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풀어내느냐가 관건입니다. 여기서 얼렁뚱땅 넘어가면 뒤에 아무리 멋진 액션이 나와도 그냥 만화처럼 보일 테니까요.

그리고 제발, 총 쏘는 자극에만 취해서 스토리를 놓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총은 거들 뿐, 결국은 그 총을 든 '사람'의 이야기가 보여야 하거든요. 왜 그들이 총을 들어야만 했는지, 그 분노의 끝엔 뭐가 있는지 묵직한 질문을 던져주길 바랍니다.


마치며: 이번 주말, 정주행 달려볼까?

<오징어 게임> 이후로 전 세계가 한국 드라마를 본다지만, 사실 최근 성적표는 좀 아슬아슬했죠. '위기론'까지 나오는 마당에 등판하는 <트리거>라 어깨가 무거울 겁니다.

하지만 저는 '츄라이' 해보시라 권하고 싶습니다. 가장 한국적인 배경에 가장 이질적인 '총'이라는 소재를 섞어버린 이 과감한 시도만으로도 점수를 주고 싶거든요. 뻔한 조폭물, 법정물에 질린 우리에게 꽤나 신선한 충격이 될 것 같습니다.

김남길의 미친 연기, 김영광의 서늘한 아우라, 그리고 서울 한복판에 울려 퍼지는 총성. 이 세 가지 조합만으로도 이번 주말, 치킨 한 마리 시켜 놓고 투자해 볼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요? 부디 이 작품이 반짝하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킹덤>처럼 한국 장르물의 새 지평을 여는 수작으로 남기를 덕후의 마음으로 간절히 빌어봅니다.

📌 한 줄 평

김남길이 총을 들었다. 더 무슨 설명이 필요한가? 일단 재생 버튼 누르고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