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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1, 2 정주행 가이드 (솔직히 이거 안 본 사람이랑은 대화 안 할래요)

by sesanglog 2025. 12. 26.

슬기로운 의사생활

하... 진짜 여러분, 제가 또 사고를 쳤습니다. 어제 퇴근하고 넷플릭스 켰다가 그냥 구경만 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메인 화면에 떡하니 떠 있는 우리 익준이(조정석) 교수님 얼굴을 보니까 손가락이 제멋대로 움직이더라고요. "딱 한 편만 보고 자야지" 했던 게 결국 새벽 3시까지 이어졌고... 오늘 아침에 거울 보니까 눈이 하니 들어갔네요. 그래도 후회는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행복해요. 이게 바로 '슬기로운 의사생활'(이하 슬의생)이 가진 무서운 마력이거든요.

사실 저 이 드라마 시즌 1, 2 합쳐서 이미 서너 번은 정주행했거든요. 대사도 거의 다 외울 지경인데 왜 볼 때마다 새로운 걸까요? 오늘은 제가 왜 이렇게 이 드라마에 '진심'인지, 그리고 아직도 이 보석 같은 작품을 안 보셨거나(세상에!) 다시 정주행을 고민하시는 분들을 위해 아주 사심 가득 담긴 리뷰를 적어보려고 합니다. 분량이 좀 길어질 것 같으니 커피 한 잔 타 오셔서 천천히 읽어주세요!

 

1. 99즈, 이런 친구들 현실엔 진짜 없는 건가요?

이 드라마의 핵심은 뭐니 뭐니 해도 99학번 의대 동기 5인방, 일명 '99즈'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 다섯 명의 케미가 드라마의 90% 이상을 다 해먹는다고 봐도 무방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조정석 배우가 연기한 이익준 캐릭터를 정말 '최애'로 꼽는데요. 아니,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유연하고 재치 있고 능력까지 좋은데 아빠 역할까지 완벽할 수 있죠? 우주랑 같이 노는 장면 보면 진짜 제 마음이 다 녹아내려요. 특히 그 "아로하" 부를 때의 눈빛... 아, 이건 직접 보셔야 압니다.

그리고 홍일점 채송화(전미도)! 와, 저는 이 배우님 처음 봤을 때 진짜 의사인 줄 알았어요. 너무 지적이고 단아한데, 캠핑 갈 때나 밴드 연습할 때 보여주는 의외의 모습들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모릅니다. 특히 그 음치 연기... 진짜 음치라고 생각해버렸었는데...실물은 뮤지컬 여신이신데 어떻게 그렇게 찰지게 음을 틀리시는지 볼 때마다 배꼽 잡아요. 석형이의 곰 같은 둔함, 정원이의 천사 같은 다정함, 그리고 준완이의 그 까칠한데 속은 뜨거운 '츤데레' 매력까지... 이 다섯 명의 대화만 듣고 있어도 1시간이 1분처럼 지나간다니까요?

제가 이들을 부러워하는 건 단순히 그들이 의사라는 전문직이라서가 아니에요. 40대에 접어들어서도 서로의 치부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힘들 때 말없이 곁을 지켜주며, 유치한 장난에 깔깔거릴 수 있는 '진짜 친구'가 있다는 그 사실 자체가 너무 부러운 거죠. 여러분은 그런 친구 있으신가요? 이 드라마를 보면 자꾸 핸드폰을 뒤적여 오랜 친구에게 "뭐 하냐?"라고 톡 하나 보내게 됩니다. 이게 바로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의도한 마법이 아닐까 싶어요.

 

2. 미도와 파라솔, 우리들의 플레이리스트를 채우다

슬의생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밴드 연습 장면이죠. 매회 에피소드 마지막 즈음에 나오는 그 노래들이 우리 마음을 얼마나 울렸던가요. "아로하"는 말할 것도 없고,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너에게 난 나에게 넌" 같은 곡들이 나올 때마다 제 가슴은 이미 90년대 그 어딘가로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갑니다.

놀라운 건 이 배우들이 실제로 악기를 연습해서 연주했다는 점이에요. 처음엔 어색했던 손놀림이 시즌이 거듭될수록 능숙해지는 걸 보는 재미도 쏠쏠하죠. 가끔 현생(현실 인생)이 너무 힘들어서 "나 지금 뭐 하고 사나" 싶을 때, 이들이 합주하는 장면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위로가 돼요. "그래, 우리 다 저렇게 서툴게 시작해서 조금씩 맞춰가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특히 비 오는 날 창밖을 보며 듣는 송화의 보컬(비록 극 중엔 음치 설정이지만!)이나 익준이의 기타 선율은 그 어떤 보약보다도 제 마음을 잘 치유해 줍니다.

 

3. 빌런 없는 드라마, 그래서 더 감동적인 이야기

요즘 드라마들 보세요. 맨날 죽이고, 배신하고, 욕망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극적인 설정들이 판을 치잖아요. 물론 그런 것도 재미있지만, 가끔은 그런 자극에 뇌가 지쳐버릴 때가 있어요. 그런데 슬의생은 달라요. 여기엔 흔히 말하는 '악역'이 없습니다. 병원 원장 자리를 놓고 싸우는 암투도 없고, 의사들끼리 발목을 잡는 일도 드물어요.

대신 그 자리를 채우는 건 환자들의 사연입니다. 아이를 먼저 보낸 부모의 통곡, 남편을 살려달라는 아내의 간절함,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며 함께 아파하고 고민하는 의사들의 고뇌... 저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참 많이도 울었습니다. 특히 장기 기증과 관련된 에피소드나 어린 환자들의 이야기를 다룰 때면 손수건이 다 젖을 정도로 펑펑 울게 되더라고요. 근데 그 눈물이 기분 나쁜 눈물이 아니라, 내 안의 딱딱했던 감정이 씻겨 내려가는 것 같은 아주 정화되는 기분이었어요.

의사도 결국 사람이라는 걸, 그들도 누군가의 자식이고 부모이며 사랑에 서툰 청춘이라는 걸 너무나 따뜻하게 그려냈어요. 전공의들의 성장 스토리나 간호사님들의 노고를 비추는 카메라 시선도 정말 따스해서 좋았습니다. 이 드라마를 보고 나면 왠지 나도 내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 더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된달까요? 진짜 이 정도면 드라마가 아니라 '인생 교과서'라고 불러야 합니다.

 

4. 설레다 못해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그들의 사랑

자, 이제 중요한 얘기 좀 해볼까요? 바로 러브라인! 아, 진짜 제작진들 밀당 실력이 거의 신급이에요. 익준이랑 송화, 이 두 사람 20년 동안 도대체 언제 사귀나 목이 빠지게 기다린 시청자가 저뿐만이 아닐 겁니다. 시즌 1 마지막에 고백하고 시즌 2 내내 그 미묘한 공기... 아오, 정말 제 심장이 다 간질간질해서 혼났어요. 결국 그 빗속에서... (아, 이건 스포일러니까 참을게요! 꼭 직접 보세요!)

그리고 '겨울정원' 커플(안정원-장겨울)! 우리 겨울이가 무뚝뚝해 보여도 얼마나 순애보인지, 그리고 정원이가 하느님 품으로 가려다 겨울이 품으로 안길 때(?)의 그 쾌감이란! 정말 드라마 보면서 소리를 몇 번이나 질렀는지 모릅니다. 또 있어요. 우리 곰 같은 석형이와 적극적인 민하의 '곰곰 커플', 까칠한 준완이와 익순이의 파란만장한 연애까지...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서사들이 드라마 곳곳에 촘촘하게 박혀 있습니다.

이들의 사랑은 결코 요란하지 않아요. 툭 던지는 말 한마디, 지친 날 말없이 건네는 커피 한 잔, 비 오는 날 우산을 씌워주는 그 작은 배려들 속에 사랑이 묻어 있습니다.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고 더 설레는 것 같아요. 사랑이라는 게 대단한 이벤트가 아니라, 결국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거라는 걸 이 드라마는 아주 예쁘게 보여줍니다.

 

5. 마치는 글: 당신의 삶에도 율제 같은 위로가 있기를

길게도 썼네요. 사실 더 쓰라면 밤새도록 쓸 수도 있어요. 99즈의 밴드 곡 하나하나 분석하고, 떡볶이 먹방 장면 하나하나 짚어보면서 말이죠. 하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입니다. 아직 이 드라마를 안 보셨다면, 혹은 예전에 봤지만 가물가물하시다면 이번 주말에 꼭 넷플릭스를 켜보세요.

슬의생은 단순히 의사가 사람 살리는 드라마가 아닙니다. 우리가 잊고 지냈던 우정, 가족의 소중함, 그리고 매일 마주하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반짝이는 선물인지 깨닫게 해주는 마법 같은 작품이에요. 저도 이 글을 마무리하고 다시 시즌 1의 1화부터 보러 가려고 합니다. 익준이의 "안녕, 나는 우주 아빠 이익준이라고 해"라는 그 능글맞은 첫 등장부터 다시 보고 싶거든요.

지친 하루 끝에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여러분, 율제 병원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99즈와 함께 웃고 울다 보면 어느새 마음속에 작은 희망 하나가 싹트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자, 그럼 다들 넷플릭스에서 만나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최애 캐릭터는 누구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