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본 포스팅은 극심한 과몰입 상태에서 작성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
1. 아, 이거 진짜 사람 미치게 만드네요. (서론부터 감정 폭발)
진짜... 후... 일단 심호흡부터 좀 하고 글을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 저 지금 제정신이 아니에요. <눈물의 여왕> 막방 본 지가 며칠이 지났는데, 아직도 머릿속에서 그 독일 거리의 눈 내리는 풍경이랑 현우랑 해인이 눈빛이 떠나질 않아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TV만 틀면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고, 길을 걷다가도 갑자기 울컥하는 저를 보며 가족들이 다들 왜 그러냐고 물어볼 정도라니까요.
솔직히 저, 처음에는 이 드라마 진짜 안 보려고 했거든요. 아시잖아요. 박지은 작가님 작품들... ‘별에서 온 그대’나 ‘사랑의 불시착’ 같은 대히트작들 말이에요. 분명 재미는 있는데, 그 특유의 재벌가 판타지랑 "자, 여기서 울어!"라고 대놓고 강요하는 것 같은 설정들이 조금 오글거린다고 생각했었거든요. "나 이제 그런 뻔한 로맨스에 속을 나이 아니야"라며 괜한 자존심을 세웠던 거죠. 세상에 널린 게 드라마고, 이제는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보고 싶다는 일종의 오만함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제 친구가 하도 난리를 치길래 딱 1화만 봤거든요? 근데 웬걸요. 1화 도입부에서 백현우(김수현)가 처가 식구들 틈바구니에서 기 빨려서 눈물 콧물 짜며 술주정 부리는 그 장면... "나 귀엽게 태어난 건데!"라며 엉엉 우는 그 찌질하고도 사랑스러운 모습에 제 무장해제 버튼이 눌려버렸습니다. 아, 진짜 김수현이라는 배우는 어떻게 저렇게 하찮으면서도 멋있고, 비굴하면서도 고귀해 보일 수 있는 건지... 연기 천재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거구나 싶더라고요. 여기서부터 제 '입덕'은 시작되었고, 제 주말은 삭제되었습니다. 아니, 제 한 달이 통째로 삭제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네요.
2. 재벌집 사위의 반란? 아니, 이건 한 남자의 생존기였다
보통 재벌가 이야기라고 하면, 평범한 여자가 돈 많은 남자 만나서 시집살이하고 구박받는 신데렐라 스토리가 주를 이루잖아요. 근데 이건 정반대예요. 서울대 법대 나온 수재 중의 수재, 시골 용두리의 자랑 백현우가 퀸즈 그룹이라는 거대한 공룡 같은 집안의 데릴사위로 들어가서 겪는 고충이 아주 처절하게 그려집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제 가슴이 답답해질 정도로 현우의 처지가 너무 안쓰러웠어요.
제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이 시댁 이야기하면서 한숨 쉴 때, 저는 사실 그 마음을 100% 이해 못 했거든요? 근데 백현우가 제사 음식 준비하고, 처가 식구들 등살에 밀려 자기 방 하나 없이 서재에서 잠드는 걸 보니까 "아, 저건 병 걸려도 이상하지 않겠다" 싶더라고요. 명색이 퀸즈 그룹의 법무이사인데, 집안에서는 그저 말 잘 듣는 일꾼이자 감정의 쓰레기통 취급을 받는 그 괴리감. 김수현 배우의 그 억울한 눈빛이 화면을 뚫고 나올 때마다 제가 대신 싸워주고 싶었습니다.
특히 압권이었던 건 현우의 그 이혼 결심입니다. 죽을 만큼 힘들어서 이혼 서류를 품에 넣고 다니는데, 갑자기 아내 홍해인(김지원)이 "나 죽는대, 3개월 남았대"라고 고백하는 순간... 거기서 현우가 슬퍼하는 게 아니라 속으로 '아싸, 3개월만 버티면 합법적(?)으로 해방이다!'라고 생각하는 그 블랙 코미디적인 연출! 와, 진짜 박지은 작가님 천재인가 싶었어요. 남들은 로맨틱한 순간이라고 할 때, 이 드라마는 인간의 아주 밑바닥에 있는 이기적인 본성을 툭 건드리며 시작하더라고요. 근데 그게 전혀 밉지가 않고 오히려 너무 인간적이라서 더 몰입이 됐던 것 같아요. 누구나 한 번쯤은 인생에서 벗어나고 싶은 순간이 있잖아요. 그 금기시되는 감정을 너무나 솔직하게, 하지만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게 이 드라마의 신의 한 수였다고 봅니다.
3. 김지원, 홍해인 그 자체... 이 배우의 재발견 (혹은 재입덕)
그리고 우리 해인님... 김지원 배우 이야기 안 하면 이건 리뷰도 아니죠. 저 사실 '태양의 후예' 때부터 김지원 배우 팬이었는데, 이번 '눈물의 여왕'은 진짜 커리어 하이 찍었다고 봅니다. 처음에는 세상 차갑고 도도해서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냉미녀' 그 자체였잖아요. "돈으로 안 되는 게 어딨어?"라고 말할 것 같은 그 서늘한 눈빛. 백화점 실적을 위해서라면 친동생도 밟고 올라가는 그 카리스마에 압도당해서 '와, 저 여자 진짜 무섭다'라고 생각했었죠.
근데 극이 진행될수록, 죽음이라는 거대한 그림자 앞에서 무너지는 그 연약한 모습이 드러나는데... 아, 제 심장이 다 찢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겉으로는 가시를 잔뜩 세우고 있지만, 속은 누구보다 사랑받고 싶어 하고 외로워하는 해인의 내면이 김지원 배우의 섬세한 연기로 완벽하게 전달되었어요. 특히 병세가 악화되면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기억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는 그 공포감이 시청자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졌죠.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어요. 해인이 소뇌 위축증 때문에 기억을 잃고 낯선 곳에서 떨고 있을 때, 현우가 달려와서 안아주잖아요. 그때 해인의 표정... 무서운데 무섭다고 말 못 하고, 괜찮은 척하면서도 눈동자는 미친 듯이 흔들리는 그 디테일한 연기! 김지원이라는 배우가 가진 눈빛의 깊이가 이 정도로 깊었나 싶어서 감탄하면서 봤습니다. 화려한 명품 옷을 갑옷처럼 입고 있지만, 속은 곪아 터진 상처투성이 어린아이 같은 해인을 보면서, "아, 돈이 많다고 다 행복한 건 아니구나"라는 뻔한 진리를 다시 한번 (하지만 아주 뼈아프게) 깨닫게 되더라고요. 그녀의 눈물 한 방울에 제 가슴이 왜 그렇게 미어지던지요.
4. 조연들의 미친 존재감, 용두리와 퀸즈의 극명한 대비
이 드라마의 또 다른 묘미는 바로 용두리 식구들과 퀸즈 그룹 식구들의 대비죠. 저는 개인적으로 용두리 장면들이 나올 때마다 마음이 그렇게 편안해질 수가 없더라고요. 현우 아빠(전배수)랑 엄마(황영희)의 그 구수한 사투리와 정 많은 모습들... 진짜 우리 시골 고향에 가면 있을 법한 그런 푸근함이 있잖아요. 마을 사람들과 옹기종기 모여 앉아 고기를 구워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그 소박한 일상이, 차갑고 거대한 퀸즈가의 저택보다 훨씬 더 따뜻해 보였습니다.
반대로 퀸즈 그룹 식구들은... 어휴, 말해 뭐합니까. 다들 자기 잘난 맛에 살고,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그 차가운 분위기. 밥 한 끼를 먹어도 전쟁터 같고,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서로를 감시하고 이용하는 모습들이 너무 씁쓸했죠. 돈이 인간을 어디까지 차갑게 만들 수 있는지 보여주는 표본 같았어요.
근데 재미있는 건, 퀸즈 식구들이 망해서 용두리로 쫓겨 내려왔을 때부터예요. 세상 화려하게 살던 사람들이 시골 방구석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라면 끓여 먹고, 빨래판에 옷 문지르는 모습들... 이거 진짜 웃기면서도 짠하지 않았나요? 특히 범자 고모(김정난)! 와, 진짜 범자 고모는 이 드라마의 보석입니다. 소리 지르고 깽판 치는 것 같아도 누구보다 해인을 아끼고 사랑하는 그 진심. 그리고 그 순박한 시골 남자와의 썸(?)까지... 드라마가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타이밍에 범자 고모가 나와서 한바탕 웃겨주니까 숨통이 트이더라고요. "에휴, 저 푼수!" 하다가도 그녀의 진심 어린 눈물에 같이 울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캐릭터였습니다.
5. 빌런 박성훈, 연기를 너무 잘해서 킹받는다는 게 이런 건가
아, 그리고 윤은성(박성훈)! 진짜 욕하면서 봤습니다. '더 글로리'의 전재준 때도 연기 진짜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윤은성은 차원이 다른 집착남이더라고요. 전재준이 대놓고 나쁜 놈이었다면, 윤은성은 앞에서는 웃으면서 뒤에서는 칼을 꽂는 아주 영리하고도 잔인한 빌런이었죠. 해인이를 사랑한다고는 하는데, 그게 사랑이 아니라 거의 소유욕이고 병적인 집착이잖아요. 해인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 자신의 세계에 가두려 하는 그 일그러진 애정이 소름 끼쳤습니다.
현우랑 해인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걸 보면서 "제발 그만 좀 해!"라고 소리를 몇 번이나 질렀는지 모릅니다. TV 리모컨을 던질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근데 또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저 사람도 참 불쌍한 인생이다... 어릴 때 버림받고 사랑을 어떻게 주는지, 어떻게 받는지 전혀 모르는 채로 괴물이 되어버린 거잖아요. 그 외로운 집착의 끝이 파멸이라는 것을 본인은 알았을까요? 물론 그렇다고 그 죄가 용서되는 건 아니지만요. 박성훈 배우가 너무 연기를 소름 돋게 잘해서, 나중에는 얼굴만 봐도 치가 떨릴 정도였습니다.
6. 우리가 잊고 살았던 '사랑'의 의미에 대하여
드라마를 다 보고 나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결국 남는 건 사랑밖에 없구나"라는 거였어요. 너무 오글거리나요? 근데 사실이잖아요. 현우와 해인도 처음에는 불꽃 튀게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서로에게 상처 주고 침묵하면서 그 사랑을 다 잊어버렸던 거잖아요. 결혼이라는 현실 앞에서, 그리고 오해와 갈등의 파도 속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놓치고 살았던 거죠. 그러다가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이 닥쳐서야 비로소 깨닫게 된 거죠. 내가 이 사람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 사람이 없는 내 삶이 얼마나 의미 없는지...
우리는 보통 내일이 당연히 올 거라고 믿고 살지만, 해인에게는 그 내일이 너무나 간절한 선물이었죠. "행복해질 거라는 믿음만으로도 살 수 있다"는 대사가 있었는데, 그게 자꾸 가슴에 남아요. 우리는 늘 더 좋은 차, 더 넓은 집, 더 높은 자리를 꿈꾸며 살지만, 사실 진짜 행복은 퇴근길에 나를 기다려주는 사람, 내가 아플 때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사람 한 명만 있어도 충분한 거 아닐까... 그런 생각을 이 드라마를 보며 참 많이 했습니다. 뻔한 로맨스물인 줄 알고 가볍게 시작했다가, 제 인생을 돌아보게 만드는 아주 묵직한 질문을 받은 기분이에요.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 얼마나 소홀했는지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7. 연출과 OST, 독일 로케이션의 환상적인 조화
기술적인 부분도 칭찬 안 할 수가 없네요. 화면이 너무 예뻐요. 특히 독일에서의 촬영 분량은 진짜 영화인 줄 알았습니다. 상수시 궁전 앞에서의 그 그림 같은 풍경들... 그 화려한 배경 속에서 두 사람의 갈등과 사랑이 교차되는데, 영상미가 너무 좋으니까 슬픈 장면도 더 아름답게 느껴지더라고요. 카메라 구도 하나하나, 조명 하나하나에 정성이 가득 들어간 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OST! 백예린이나 부석순 같은 쟁쟁한 가수들이 참여해서 그런지, 노래만 들어도 드라마 장면이 자동 재생되는 기적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안해 미워해 사랑해" 이 노래는 진짜 가사가 예술이에요. 딱 현우랑 해인이 마음 그 자체거든요. 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드라마의 서사와 너무 잘 어우러져서, 퇴근길에 이 노래를 들으면 저도 모르게 해인이 빙의돼서 아련해지곤 합니다. 음악이 드라마의 몰입도를 200% 이상 끌어올렸다고 확신합니다.
8. 아쉬운 점이 아예 없냐고 물으신다면...
물론 100% 완벽한 드라마가 어디 있겠어요. 후반부에 기억 상실 설정이 또 나왔을 때는 "어... 이건 좀 너무 나간 거 아닌가? 작가님, 전개가 너무 90년대 스타일 아니에요?" 싶기도 했고, 윤은성의 최후가 조금 허무하다는 생각도 들긴 했습니다. 빌런의 최후가 좀 더 확실하고 시원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재벌가 음모론 부분이 너무 길어져서 살짝 지루할 뻔하기도 했고요. 후반부의 전개 속도가 초반에 비해 조금 늘어지는 느낌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단점들을 다 덮어버릴 만큼 김수현, 김지원의 연기 합이 너무 압도적이었어요. 두 사람이 눈만 마주쳐도 서사가 완성되는데, 대본의 작은 구멍쯤이야 눈 감아줄 수 있는 거죠. 그들의 감정선이 너무나 치열하고 진실했기에, 약간의 개연성 부족은 '사랑의 힘'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이 드라마는 설정보다는 감정의 힘으로 끌고 가는 작품이었으니까요.
9. 글을 마치며... 아직 안 보신 분들께 (혹은 저처럼 앓고 계신 분들께)
혹시 아직도 "에이, 재벌 이야기 뻔해. 예쁜 배우들 나와서 연애하는 게 다겠지"라며 망설이고 계시는 분이 있다면, 제발 그냥 보세요. 제 말 믿고 일단 1화만 참고 보세요. 그럼 저처럼 어느새 16화까지 정주행하고, 유튜브에서 메이킹 영상 찾아보고, 주연 배우들 SNS 팔로우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넷플릭스 랭킹에 괜히 올라와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이건 단순한 드라마가 아니라, 사랑에 서툰 우리 모두를 위한 위로 같은 이야기니까요. 사랑하고 있지만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어버린 모든 부부와 연인들에게 이 드라마를 강력 추천합니다.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만난 두 사람이 다시 서로의 손을 잡는 과정은 그 자체로 너무나 경이롭고 따뜻했습니다.
아, 글 쓰다 보니까 또 보고 싶어지네요. 저는 이제 다시 1화부터 'N차 관람'하러 가야겠습니다. 현우의 그 찌질한 술주정이 벌써 그리워지네요. 여러분도 오늘 밤에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해인이처럼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있을 때 잘하자는 교훈을 되새기면서요! (웃음)
진짜 길게 썼네요. 제 진심이 좀 전달됐으려나 모르겠습니다. 과몰입해서 쓰다 보니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몰랐네요. 다들 '눈물의 여왕' 하시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인생 드라마는 무엇인가요? 댓글로 같이 공유해 주세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