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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수다] 환혼 결말 보고 잠 안 와서 쓰는 찐후기 (feat. 이게 최선이었냐고 묻는다면)

by sesanglog 2025. 12. 18.

TVN_환혼

아... 주말이 너무 휑합니다. 지난 몇 달 동안 주말 밤마다 저를 대호국으로 강제 소환했던 드라마, <환혼>이 드디어 끝났으니까요. 막방 끝나고 TV 끄는데 기분이 참 묘하더라고요. 시원섭섭하다는 말이 딱 이럴 때 쓰는 건가 싶기도 하고. 솔직히 말해서 아직도 욱이랑 영이 못 보내고 질척거리는 중입니다.

엔딩 크레딧 올라갈 때 제 표정이 어땠냐면요. 웃고는 있는데 눈엔 물음표가 떠 있는 상태? 커뮤니티 반응 보니까 난리도 아니더군요. "역대급 해피엔딩이다, 작가님 감사합니다" 하면서 절 올리는 분들도 계시고, "아니 개연성 어디 감? 급마무리 뭐임?" 하면서 화내는 분들도 계시고요.

저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다면... 음, 솔직히 '가슴은 좋은데 머리는 안 따라주는' 쪽입니다. 그래서 오늘 이 답답한 마음 좀 풀 겸, 남들 다 하는 뻔한 줄거리 요약 따위는 집어치우고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이 드라마 결말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겨보려고 합니다.

※ 주의: 이 글에는 드라마 <환혼>의 결말을 포함한 강력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직 정주행 전이라면 얼른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1. 여주 교체, 솔직히 걱정했잖아 (근데 이게 되네?)

결말 이야기하기 전에 이거부터 말 안 할 수가 없죠. 시즌 1 끝나고 무덕이(정소민)에서 낙수(고윤정)로 여주인공 바뀐다고 했을 때, 저 포함해서 다들 걱정 태산이지 않았나요? "몰입 다 깨질 거다", "무덕이 돌려내라" 말 진짜 많았는데, 막상 뚜껑 열어보니...

와, 고윤정 배우 미모가 개연성이더라고요. 그냥 얼굴이 서사였습니다. 처음 등장할 때 저도 모르게 "예쁘긴 진짜 예쁘네..." 하고 납득해버렸거든요. 작가님이 이걸 노린 건가 싶기도 하고요.

근데 아쉬운 건, 무덕이와 욱이가 쌓아왔던 그 절절한 서사가 낙수의 얼굴로 바뀌면서 묘하게 리셋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어요. 욱이가 낙수를 알아보는 과정이 너무 길었고, 시청자 입장에선 "아니 저걸 왜 몰라?" 하면서 고구마 백 개 먹은 느낌이었으니까요. 그래도 둘 케미가 워낙 좋아서 마지막엔 그냥 "그래, 니들 둘이 행복하면 됐다" 하고 넘어가긴 했습니다.

2. 화조 엔딩, 불닭볶음면도 아니고 너무 빨리 익은 거 아님?

자, 이제 대망의 결말. 호불호가 갈리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여기 있죠. 그 무시무시하다던 '화조' 말이에요. 진무가 세상 다 태워 먹을 것처럼 폼 잡고, 얼음돌 꺼내고 난리 굿을 피웠는데... 정작 화조 깨어나고 나서 퇴치하는 과정이 너무 순식간 아니었나요?

욱이가 얼음돌 힘쓰고, 조영이 옆에서 도와주고, 세자랑 합 맞춰서 빵! 끝.
보면서 "어? 이게 끝이라고? 그 강력한 화조가?" 싶어서 약간 허무하더라고요. 마치 게임 보스전 들어갔는데 만렙 장비 차고 가서 평타 한 방에 보스 잡은 느낌? 통쾌하긴 한데 쫄깃한 맛은 좀 부족했다고 봅니다.

물론 1화부터 빌런 짓만 골라 하던 진무 패거리들이 화조 불길에 싹 타 죽을 때는 속이 다 시원했습니다. 권선징악 하나는 확실하게 보여줬으니까요. 복잡하게 꼬지 않고 그냥 힘으로 찍어 누르는 결말이라 스트레스는 없었는데, 서사의 깊이를 기대했던 분들에겐 좀 가벼운 마무리가 아니었나 싶어요.

3. 진부연의 희생과 낙수의 부활, 이 룰렛 같은 설정

사실 가장 쫄렸던 건 낙수가 소멸하느냐 마느냐였죠. 홍자매 작가님 전적(호텔 델루나, 빅 등등...)이 있어서 새드엔딩일까 봐 마지막 회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었거든요.

결국 찐부연(진짜 진부연의 혼)이 쿨하게 "세상을 구하는 건 내가 할게, 몸은 너 가져" 하고 낙수에게 몸을 양보해 줬는데, 이게 참... 해피엔딩을 위한 치트키 같으면서도 한편으론 "진부연은 무슨 죄야?" 싶기도 하고 복잡하더라고요.

그래도 뭐, 시청자 입장에선 주인공 커플이 이어지는 게 장땡 아니겠습니까? 개연성을 살짝 희생하고 행복을 택한 작가님의 선택, 저는 이번만큼은 지지합니다. 둘 중 하나 죽고 끝났으면 저 진짜 방송국 찾아갔을지도 몰라요.

4. 1년 후 에필로그, 이건 흡사 '부부 사기단'의 고스트 버스터즈?

그리고 문제의 에필로그. 단향곡 나무 꼭대기에서 꽁냥거리는 욱이랑 영이 보는데 입꼬리가 귀에 걸리긴 했습니다. 근데 갑자기 요기를 잡으러 다닌다니요? ㅋㅋㅋ 둘이 무슨 조선판 고스트 버스터즈 찍는 줄 알았습니다.

욱이는 여전히 먼치킨이고, 영이는 눈빛 살아있고. 박진이랑 김도주랑 다 살아서 왁자지껄하게 지내는 거 보니까 마음이 놓이긴 하는데, 한편으론 "이게 드라마야, 팬서비스 영상이야?" 싶은 느낌도 살짝 들었거든요. 너무 꽉 닫힌 해피엔딩을 보여주려다 보니 약간 오글거리는 감성으로 간 것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뭐 어때요. 그동안 맘고생 심했던 우리 욱이, 맨날 "내 미친 스승님" 찾으러 다니느라 고생했는데 이제 둘이 붙어 다니면서 요괴 때려잡고 다니는 거 보니까 그냥 흐뭇하더라고요. 논리 따지지 말고 그냥 즐기라는 작가님의 메시지라고 생각하렵니다.

마무리하며: 그래도 내 인생 드라마였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환혼>의 결말은 '완벽하진 않았지만,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로 정리하고 싶네요.

초반의 그 촘촘했던 세계관 설정이나 긴장감에 비해 후반부 힘이 좀 빠진 건 사실입니다. 급하게 마무리 지은 티도 나고요. 하지만 배우들의 미친 연기력과 눈이 즐거웠던 영상미, 그리고 무엇보다 욱이와 영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남겼으니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혹시 아직 안 보신 분들이 있다면, 아니면 결말 때문에 볼까 말까 망설이는 분들이 있다면 저는 과감하게 추천합니다. 머리 좀 비우고, 화려한 마법과 로맨스에 푹 빠져보고 싶다면 이만한 드라마도 없거든요.

아... 이제 진짜 무슨 낙으로 사나. 당분간은 넷플릭스 돌려보면서 욱이 앓이 좀 더 해야겠습니다. 여러분은 환혼 결말, 어떻게 보셨나요? 저처럼 시원섭섭하신가요, 아니면 인생 엔딩이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