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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리뷰] 주말 순삭! ‘킬러들의 쇼핑몰’ 정주행 완료 - 솔직하고 긴 수다

by sesanglog 2025. 12. 17.
주말순삭! 킬러들의 쇼핑몰 정주행 완료

주말을 앞두고 '이번 주는 또 뭘 보며 시간을 때울까' 고민하는 건 직장인의 숙명과도 같은 일이죠. 저 역시 별다른 기대 없이, 그저 밥 먹으면서 가볍게 볼 요량으로 디즈니플러스의 <킬러들의 쇼핑몰>을 재생했습니다.

포스터에 이동욱 배우가 총을 들고 서 있는 걸 보고 '그냥 뻔한 느와르물이거나 스타일만 잔뜩 부린 액션물이겠거니' 생각했던 게 사실이에요. 그런데 웬걸, 1화를 틀자마자 그 자리에서 마지막 화까지 논스톱으로 달려버렸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새벽이더군요.

저처럼 주말을 이 드라마에 헌납하실 분들을 위해, 혹은 보실지 말지 고민 중인 분들을 위해 스포일러는 최대한 자제하고 아주 솔직하고 긴 수다 같은 후기를 남겨봅니다.


📌 3줄 요약

  • 초반 연출과 편집 리듬이 미쳤음 (1화부터 몰입감 최상)
  • 삼촌(이동욱)과 조카(김혜준)의 서사가 액션보다 더 깊게 남음
  • 액션 퀄리티는 훌륭하나, 엔딩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음

1. 첫 화부터 멱살 잡고 끌고 가는 연출의 힘

사실 요즘 OTT 드라마들이 워낙 쏟아져 나오다 보니, 초반 10분 안에 승부를 보지 못하면 바로 '뒤로 가기'를 누르게 되잖아요? 그런데 이 작품, 초반 흡입력이 기대 이상으로 상당했습니다.

시작하자마자 설명조의 지루한 대사로 상황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냅다 주인공을 극한의 상황에 던져놓고 시작합니다. 영문도 모른 채 날아오는 총알과 드론의 위협 속에서 주인공이 느끼는 공포가 화면 밖으로 고스란히 전해지더군요. '도대체 무슨 일이야?'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채울 때쯤,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는 편집이 들어오는데 이 리듬감이 기가 막힙니다.

보통 타임라인이 왔다 갔다 하면 산만해서 몰입이 깨지기 쉬운데, 이 드라마는 마치 잘 짜인 퍼즐을 맞추는 느낌이었어요. 툭 던져진 단서들이 몇 화 뒤에 딱 맞아떨어질 때의 쾌감이 컸습니다. 감독이 관객에게 정보를 주는 타이밍을 아주 영리하게 조절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화부터 3화까지 이어지는 빌드업 구간이 이 드라마의 백미라고 생각합니다.

디테일한 연출도 좋았습니다. 인물의 성격을 구구절절 말로 설명하기보다, 방 안에 놓인 소품 하나, 밥 먹는 습관, 짧은 눈빛 교환으로 보여주는 'Show, Don't Tell'의 정석을 잘 따르고 있어서 보는 내내 세련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2. 삼촌과 조카, 그 미묘한 온도가 만드는 서사

겉포장은 화려한 총기 액션과 스릴러지만, 정작 다 보고 나서 가슴에 오래 남는 건 '관계'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특히 이동욱 배우가 연기한 삼촌 '진만'과 김혜준 배우의 조카 '지안' 사이의 서사가 작품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줍니다.

삼촌 캐릭터는 겉보기엔 무심하고 냉정한 프로페셔널 킬러입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툭툭 튀어나오는 서툰 애정과 인간적인 약점들이 그를 단순한 '먼치킨 보호자' 이상의 입체적인 인물로 만들었습니다. 이동욱 배우 특유의 처연하면서도 서늘한 분위기가 캐릭터와 찰떡이더라고요.

조카 지안 역시 초반에는 상황 파악 못 하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평범했던 대학생이 생존을 위해 각성해 나가는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게 그려져서 좋았습니다. 삼촌이 남긴 유산(물리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가르침까지)을 하나씩 꺼내 먹으며 성장하는 모습에서 묘한 대리 만족과 응원의 마음이 생기더군요.

주연뿐만 아니라 조연들의 활용도 훌륭합니다. 파신, 민혜 같은 캐릭터들은 자칫하면 소모품으로 쓰이고 버려질 수 있는데, 각자에게 부여된 확실한 서사와 개성이 있어서 드라마의 세계관을 풍성하게 만들었습니다. 액션 영화에서 조연이 기억에 남기 쉽지 않은데, 이 드라마는 캐릭터 조형에 꽤 공을 들인 티가 납니다.


3. 눈이 즐거운 액션, 그리고 살짝 아쉬운 뒷맛

장르물 팬으로서 액션 퀄리티는 엄지를 치켜세울 만합니다. 카메라 워크, 사운드 디자인, 다양한 총기류와 드론을 활용한 전술적인 움직임까지 세심함이 느껴졌습니다.

특히 좁은 쇼핑몰 창고나 집 안에서 벌어지는 근접 격투씬(CQB)이나, 저격총을 활용한 원거리 교전의 긴장감은 한국 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수준이었습니다. 타격감이 살아있고 사운드가 묵직해서, 좋은 스피커나 이어폰으로 보시는 걸 추천해 드려요.

다만, 엔딩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8부작이라는 짧은 호흡 탓인지, 후반부로 갈수록 떡밥 회수가 급하게 이뤄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제 진짜 시작인가?" 싶은 순간에 끝나버리는 결말은 시즌 2를 강력하게 암시하긴 하지만, 당장 깔끔한 완결성을 원했던 시청자라면 허무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마치 맛있는 코스 요리를 먹다가 메인 디시가 나오기 직전에 식당 문을 닫는 느낌이랄까요? 그만큼 재미있었기에 느끼는 아쉬움이기도 합니다.


🎬 총평: 주말 순삭용으로 강력 추천

완벽한 걸작이라고 하기엔 후반부의 힘이 조금 빠지지만, 킬링타임용으로는 차고 넘치는 수작입니다.

초반의 미스터리한 분위기, 중반의 감정 서사, 그리고 스타일리시한 액션까지 삼박자가 잘 어우러져 있습니다. 아직 안 보셨다면, 이번 주말 맥주 한 캔 따 놓고 정주행 달려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단, 저녁시간에 시작한다면, 밤샐 각오 하셔야 할 겁니다 😉)